나의 마지막 비행은 라마단 기간 중에서도 제일 힘들기로 유명한 제다 비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지막 비행을 축하해 주기 위해 내 동기는 힘든 제다 비행으로 스케줄을 바꿔가며 크루들과 함께 깜짝 서프라이즈 비행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날 기장님은 아르메니안 분이셨는데 내가 지금까지 만난 기장님 중에서 가장 자상하고 존경스러운 분이셨습니다. 마지막 비행이라며 본인 어깨에 달려있는 견장까지 내 어깨에 달아 주시고는 비행기 조종석 자리에 앉혀 사진도 찍어 주시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진심으로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마지막 비행을 할 수 있었던 나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1. 나의 20대
항공사 승무원이라는 꿈을 갖게 된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나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울기도 웃기도 아프기도 했고 또 그만큼 많이 성장하기도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항공사 면접을 준비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또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정말 많을 것들을 몸소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막막해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그것 또한 내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류전형에 합격해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너무 기뻤습니다. 그렇게 1차, 2차 면접까지 올라가 최종면접을 보게 될 때면 너무나 기쁘면서도 또 한편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힘들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간절함이 나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최종면접에서 수많은 탈락을 겪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면접은 단연 싱가포르 항공 면접이었습니다. 싱가폴 항공 면접 후기를 공유합니다.
2. 가장 힘들었던 순간
내가 외국 항공사를 준비할 때는 이미 국내 항공사 승무원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보다는 유리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시아계 항공사 중에서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싱가폴 항공은 정말 면접전형부터 남달랐습니다. 먼저 승무원 학원 특채로 공채가 났기 때문에 학원생이 아닌 내가 학원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 첫 번째 관문부터 내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경력을 어필하고 운이 좋았는지 비학원생으로서 현지인 면접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싱가폴 항공 면접은 영어 이력서부터 시작해서 영작 에세이 시험, 1차 면접, 2차 면접, Discussion, Debate, Appearance & Scar Check, Uniform Check, Walking Check, 파이널 면접까지 정말 끝도 없는 전형들이 한 달 넘게 이루어졌습니다. 감사하게도 파이널 면접까지 갔지만 마지막 23명에서 최종 합격인원에 들지 못하면서 내 삶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파이널 면접을 보고도 최종 발표까지 한 달 정도가 걸렸기 때문에 수 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하나하나 이뤄온 그 어려운 면접전형의 최종 발표를 기다리는 두 달은 저에게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최종면접에서 탈락은 한 후, 저는 식음을 전폐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기에 이보다 더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승무원이 될 팔자가 아닌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곧 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싱가폴 항공 최종 합격은 내 자리가 아니었고 싱가폴 항공과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던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이렇게 많은 항공사가 있는데 그중에서 싱가폴 항공과 내가 맞지 않는 것이지 내가 승무원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힘들었던 시간들 때문에 승무원의 꿈을 포기하기엔 지금까지 달려온 열정과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폐인처럼 누워서 절망하고 있는 시간마저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일어서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부족했던 부분은 다시 점검하고 보완한 후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그 후 저는 3개의 외국 항공사에 동시에 합격했습니다.
3. 긍정적 마인드
사실 항공사 승무원 면접은 어느 국가시험이나 자격증 시험처럼 내가 쏟은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여 합격, 불합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기본적인 면접에 관한 준비도 해야 하지만 모든 항공사가 추구하는 각각의 승무원상이 있고 또 면접날 나와 면접을 보는 면접관과의 합이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또 면접 날 헤어 메이크업이 내 마음에 드는지부터 그날의 나의 정신적, 육체적 컨디션과 그날의 운까지 작용하는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변수를 가진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열어 놓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면접뿐 아니라 비행 생활도 정말 힘들어집니다. 어쩌면 저는 승무원이 되기까지 이러한 피를 말리는 과정들을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비행이 수월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서는 뛰어난 외모와 운으로 단번에 대한항공에 합격한 지인이 몇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입사 후 1년도 되지 않은 채 퇴사를 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총량의 법칙에 의해 그러한 시간들이 값진 보상이 되는 날들이 반드시 온다고 믿습니다. 비단 비행이 아니더라도 내가 노력해온 그 과정들이 훗날 나의 경제생활의 주 수입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승무원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고를 넓히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승무원은 젊을 때 꼭 한 번은 해봐야 하는 멋진 직업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준비하던 시기에 나와 맞는 항공사가 채용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지원한 항공사가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바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내가 불합격한 요인을 찾고 보완하면 대부분은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하지만 승무원 준비를 4~5년씩 하는 친구들은 다시 한번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승무원 면접은 단순히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운이라는 변수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 운을 바라며 나의 젊음을 보내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4. 현실과의 괴리
이렇게 승무원이 되어 비행을 하다 보면 현실과의 괴리에 허무할 때도 많습니다. 내가 겨우 이런 일을 하려고 이렇게 까지 준비했나.. 내가 생각했던 승무원 일은 이런 일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끊임없이 맴도는 순간이 옵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그 일은 승무원 업무 중에서도 하나의 작은 일일 뿐입니다. 더 크게 보고 멀리 생각하며 나의 경험을 쌓아간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면 훗날 좋은 인사고과와 함께 나의 멋진 커리어가 완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승무원 채용도 많이 줄고 예전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맘속에 설레는 꿈이 있다는 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이 값진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승무원이라는 꿈이 당신 마음속에 꿈틀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힘들지만 지금까지 너무나 잘해왔고, 지금 잘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저의 작고 소소한 경험들이 여러분의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루는 데에 작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항상 뒤에서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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